쌓인 책은 줄이고, 없는 책은 빌리고

[Near my home] ③ 온라인 공유 도서관 ‘국민도서관 책꽂이’
글 & 사진. 박종우 에디터  자료. 보리떡광주리

 

옷만큼이나 집 안에 쌓일수록 처치 곤란한 것이 바로 책. 한 번 읽으면 다시 읽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 보니 집에서 자리만 차지하기에 십상이다.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등장한 온라인 공유 플랫폼이다. 안 읽는 책을 공유 서재에 맡기고, 남들이 맡긴 책을 내가 빌릴 수도 있다.
현재 15만 권 가량 책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책을 이용한 공유서비스는 전례가 없다는 말에, 국민도서관 책꽂이를 운영하고 있는 장웅 보리떡광주리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엄청난 첨단기술이나 경영전략 이야기를 기대한 에디터에게 돌아온 대답은, 공유 서비스로 인해 달라진 삶이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국민도서관 책꽂이’를 운영하는 장웅 보리떡광주리 대표 ⓒBRIQUE Magazine

 

책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보관 서비스

국민도서관 책꽂이를 창업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인터넷 서점 사업을 하며 개인적으로 모은 책이 4000권 정도 됐습니다. 그렇다보니 이 많은 책을 집에 둘 곳이 없더라고요. 자연스레 ‘안심하고 책을 보관할 공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저같은 사람들이 분명 더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시 제가 인터넷서점 사업을 하면서 책 배송과 보관을 위한 공간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여유 공간이 있어 당시 고객들에게 연락해 제안했습니다. ‘책 보관 서비스를 추가하려는데, 책을 보내주면 컨테이너나 박스 대신 책꽂이에 정확하게 꽂아서 보관하겠다’고요.

고객들이 책을 맡기셨나요?
네, 책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무료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유료 회원제로 바꾸어도 회비를 내며 계속 책을 맡기는 사람들이 있는 걸 확인하면서, 사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다음 해에도 기존 유료 회원 고객들이 전년도의 90% 넘게 유지되었고요. 그래서 2014년 10월에 법인화를 한 뒤 본격적으로 국민도서관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그만큼 책이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분들이 많았나 봅니다. 지금 국민도서관에는 책이 얼마나 있나요?
약 15만 권 정도 있습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5만 권까지 모으는 데 6년이 걸렸는데, 10만 권까지 모으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15만 권까지 모으는 데 1년 6개월 정도 걸렸고요. 마치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점점 빠르게 커지는 것처럼, 장서량은 걱정없이 알아서 만들어지는 수준입니다. 현재 저희가 보유한 장서량은 서울시 공공도서관 평균 장서량의 약 3배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민도서관 책꽂이의 공유 서가 ⓒBRIQUE Magazine

 

공유 서재를 통해 공간을 새롭게 쓰다

국민도서관 덕분에 집에 여유 공간이 확보된 고객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실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제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책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갖고 있는 책들은 당신들만 좋아할 뿐이고, 집에 쌓아둘수록 경제적으로 손해를 가져다준다고요. 책이 차지한 공간을 돈으로 환산해보면 말도 안 되게 클 거라고요. 결국 이 문제가 진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일 인상적인 이야기 중 하나는, 어떤 고객이 전셋집에서 책을 빼 전부 국민도서관에 맡겼더니, 서재로 쓰던 방이 통째로 남는데 그 방은 사실상 안 쓰는 방이 되더라는 겁니다. 그 방을 계속 안 쓰는 게 아까워서, 전셋집 대신 방 한 개를 줄여 자가를 샀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책이 정말 많았던 분인가 보네요. 책이 집을 바꾼 사례네요. (웃음)
있을 때는 꼭 필요한 것처럼 느껴져도 막상 빈 곳이 되니,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거죠. 저 공간이 나한테 정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요. 그리고 공간을 경제적으로 환산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하는 거죠. 국민도서관은 책 맡기는 고객에게 아끼는 책들을 보관해줄 테니 안심하고 맡기고, 이제 남은 공간을 새롭게 활용해보라고 제안하는 셈이죠.
이렇게 전셋집을 자가로 바꿨다는 스케일 큰 이야기도 있지만, 결국은 금전적인 문제에서 많이 편해졌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세요. 이사할 때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라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요.

말씀해주신 사례처럼, 국민도서관에 책을 맡기는 고객 중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무척 많을 것 같습니다.
책을 맡기는 고객들은 공간 부족 문제를 겪을 정도로 책을 많이 갖고 계신 분들이다 보니,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독서한, 사실상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만화책, 그중에서도 DC코믹스만 모으는 분도 계시고, 박물관 분야의 교수님은 본인이 읽은 역사 관련, 박물관 관련 책들을 전부 다 맡기시기도 하셨고요.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한 분은 자신이 소장하던 디자인 책들을 맡기신 적도 있습니다.
고객 한 명 한 명이 오랜 세월 자신만의 기준으로 큐레이션 한 책들이 통째로 맡겨지다 보니, 우리 도서관은 전문성과 다양성이 동시에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책을 맡기는 분들이 정말 다양하네요. 고객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을 꼽는다면요?
초창기 고객 중에 어촌의 어부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아들이 천문학에 관심이 많은데, 천문학 서적을 구할 곳이 근처에 없고, 천문학 서적은 컬러 도판이 많아 비싸서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그러다 국민도서관을 알고 난 뒤, 비싼 해외 천문학 서적들을 아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셨어요. 책을 반납할 때, 반납하는 택배 상자에 미역을 같이 넣어서 보내주셨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저희에게 기쁜 순간이죠. 그저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과) 교류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사람들에게 우리 서비스가 ‘인프라’로서 점차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죠.

 

ⓒBRIQUE Magazine

 

생활의 ‘인프라’가 되는 도서관

앞으로 국민도서관의 목표나 전망이 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책에 관해서는 국민도서관이 누구나 떠올리는 기본 ‘인프라’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책을 구할 때, 누구나 자연스레 국민도서관을 먼저 확인해 보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고객들에게 ‘깊이 읽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깊이 읽는 경험’에 대해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 서비스에는 책 한 권 한 권마다 키워드들이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선택하면,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처럼 책의 키워드들과 연관된 책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방식이죠. 책 한 권에서 시작해 연관된 다양한 책들을 계속해서 알려줄 수 있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깊고 풍부한 나만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거죠.

혹시 오프라인 도서관을 세울 계획도 있으신가요?
아직은 꿈에 지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찾아올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도서관으로 성장하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목적 없이 방문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네요. 섬이나 피난처처럼, 자기가 놓인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 정면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으로요.

 

ⓒBRIQUE Magazine

 


[Near my home] 동네가 내 집이 된다면

글 싣는 순서 :

집 밖으로 나온 우리집 공간 ‘프로젝트 후암’
커피향 흐르는 해방촌 세탁방 – 세탁기와 커피가 함께 있는 카페 ‘론드리 프로젝트’
③ 쌓인 책은 줄이고, 없는 책은 빌리고 – 온라인 공유 도서관 ‘국민도서관 책꽂이’
④ 누구나 창고는 필요하다 – 삶을 담는 그릇, ‘미니창고 다락’
⑤ 짐을 비우고 삶을 채우세요 –  짐에 대한 연구보고서 ‘오호’
누구나 주인이 되는 술집 – 매일 주인이 바뀌는 영등포 커뮤니티 바 ‘삼만항’
연남·연희 ‘플레이’ 리스트 – 동네의 숨은 콘텐츠를 찾아서, 어반플레이의 ‘쉐어빌리지’
⑧ 슬기로운 동네생활 – 직주근접 동네 생활자, 심영규 주식회사 정음 대표
⑨ 우리 동네에서 살아볼래요? – 블랭크가 만드는 공간, 동네, 지역
⑩ 오래된 동네를 밝히는 여덟 개의 풍경 –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거점시설
회현동 골목 어귀에 숨겨져 있는 동네 사랑방 – 여든다섯살 적산가옥의 새로운 쓰임 ‘회현사랑채’
서계동을 밝히는 색다른 시도 – 서울을 품은 마을카페 ‘청파언덕집’

 

‘국민도서관 책꽂이’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3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brique.co/book/brique-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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