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비우고 삶을 채우세요

[Near my home] ⑤ 짐에 대한 연구보고서 ‘오호’
ⓒOho
글 & 사진. 김현경 에디터  자료. 메이크스페이스

 

“짐을 비운 만큼 삶이 채워지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모빌리티를 연결해 확장해 나가야합니다. 짐과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계속 연구하고 서비스를 발전시켜 보겠습니다.”

– 메이크스페이스 어재혁 대표

 

요즘 스토리지 서비스는 단순한 짐 보관이 아니다. 예전에는 도심 외곽에 큰 컨테이너 박스를 빌려 짐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박스 채 장기관 보관하는 형태였다.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물건을 찾았을 때는 습기와 곰팡이 등에 짐이 망가져 쓸 수 없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반면에 요즘 짐은 작아진 도시 속 공간만큼 작아졌고, 계절성 짐들이 많아져 물건을 보관하고 찾는 빈도수가 많아졌다. 다양한 종류와 적은 양의 짐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토리지에 욕구가 높아지면서 스토리지 서비스도 발전했다. 짐 보관 및 의류 케어 서비스 ‘오호’를 제공 중인 어재혁 메이크스페이스 대표를 만나 서비스의 진화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어재혁 메이크스페이스 대표 ⓒBRIQUE Magazine

 

창업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창업 전에 외국계 기업을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외국 생활을 할 기회가 많았어요. 짧은 출장이 아니라 장기간 거주하기도 했죠. 미국,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에서 살았는데, 그곳은 도시문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했어요. 주거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주거 공간이 작아지고 주거공간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대한 화두가 계속 나왔죠. 거기서 나온 솔루션으로 셀프 스토리지, 짐 보관 서비스를 많이 볼 수 있었죠. 그때 외국에서 만난 의견이 맞는 친구들과 같이 2013년에 메이크스페이스를 창업하게 되었어요.

 

‘짐에 대한 연구’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짐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무거움, 거추장스러움, 불편함 등의 단어를 많이 떠올리잖아요. 저희는 ‘짐을 보관하는 것이 더 스마트해질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도시 생활의 짐은 계절성 짐이 많더라고요. 이런 짐은 생활 근거지 가까운 곳에 보관되어야 하고. 또 짐을 잠깐 보관한다고 해도 집에서만큼 쾌적한 환경에서 있기를 바라는 고객이 많았어요. 때문에 쾌적한 상태에 둘 수 있는 공간적인 연구를 많이 했어요. 특히 짐을 보관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했어요. 그래서 ‘모든 옷을 한 벌씩 걸어서 보관하자’는 결론에 도달한 거죠. 어떻게 보관해야 가장 안전하고 깨끗할 것인지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의류 보관과 세탁을 함께 제공하는 ‘오호 행거 서비스’ ⓒOho

 

짐의 갯수당 요금을 책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과거의 짐들과 비교해 도심의 짐들은 작아졌어요. 짐을 들여다 보면 크게 세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박스에 넣어서 보관 할 수 있는 간단한 짐, 케어가 필요한 의류, 그리고 박스에 들어가지 않는 비규격 사이즈의 짐이 있죠. 그중 저희에게 맡겨지는 짐의 절반은 옷이에요. 그에 맞춰서 옷의 성격에 맞춰진 개별 케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맡겨지는 물건 갯수에 따른 비용으로 보다 적은 짐을 보관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주유소의 빈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저희는 비어있는 곳이 아닌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주거공간의 비용은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어 개인이 필요한 충분한 공간을 갖기 힘들지만 이와 반대로 상업공간은 공실률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어요. 도심에서 의미가 있는데 상업적 가치가 떨어지는 공간을 찾아내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목적을 재창조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고 볼 수 있죠.

 

ⓒOho

 

‘발렛서비스’라는 개념이 있던데요.

도심 내에 보관된 짐은 찾는 빈도가 잦아요. 그래서 저희는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발렛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발렛주차처럼 내가 가만히 있어도 물건을 가져가고, 이동하고, 보관하고, 다시 찾아다주는 서비스에요. 이를 위해 자체 배송팀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뿐 아니라 셀프로 이용하는 스토리지도 운영하고 있어요. 셀프 스토리지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더 맞는 서비스에요. 4인 가구와 같이 더 짐이 많은 분을 위한 공간이죠.

 

자체 배송팀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발렛서비스, 찾아가는 도심형 짐 보관 서비스가 저희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왜냐면 비용적인 측면 때문에 자체 배송 서비스를 갖기는 사실 힘들어요. 저희는 최대한 그 부분을 강점으로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하나의 짐을 맡기더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어하는 고객을 위해 서비스 수준을 올리는 거죠. 배송팀이 저희한테 모아주는 실질적인 데이터도 활용도가 높아요.

 

ⓒOho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나요?

저희 고객이 짐을 맡기고 찾는 패턴에 대한 정보를 쌓고 있어요. 일종의 빅데이터죠. 이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짐을 찾는 시점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평소에는 임대료가 싼 지점에 보관해 뒀다가 찾기 일주일 전 즈음에 가까운 지점으로 옮겨 오는 거죠. 단위 공간에 대한 비용이 달라지죠. 도심의 공간을 그냥 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로서의 공간(Space as a Service)이라는 측면으로 스토리지와 물류를 결합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배송시스템이 있지만 도심에 센터를 두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도심 외곽 지역에서는 물건의 보관과 이동이 저렴해요. 하지만 물건이 도심에 들어오는 순간 길이 막혀 물류비용이 올라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센터를 도심 내에 두고 물류비용을 줄이고 있어요. 고객들이 필요한 물건을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도 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먼 곳이 아닌 도심 내의 저인기 공간에 센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도심 내에서도 센터를 만들 때 주변의 이용 고객이 많은지 인구 밀집도를 먼저 고려해요. 두 번째로는 지역의 성격을 고려합니다. 1인 가구가 많은지, 4인 가구가 많은지, 학원가인지 지역들의 특성들에 맞게 저희가 짐이나 수요를 예측해서 센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Oho

 

집에서 짐이 나오면서 주거 공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지금의 주거 공간은 땅이 부족하다 보니 수납 공간을 충분하게 만들기 힘들어요. 그렇게 갈 곳을 잃은 짐들이 스토리지 서비스에 맡겨지고 있죠. 하지만 한 발 앞서 아예 주거 공간을 설계하거나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공간을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도록 주변 지역에 좀 더 싼, 낮은 부가가치의 운영이 가능한 스토리지 공간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에요.
특히 1인 가구를 위한 건물을 지을 때는 똑같은 공간에서 다섯 가구가 나오는지 여섯 가구가 나오는지에 대한 이슈가 생길 수 있어요. 만약 여섯 가구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하면 공용공간이나 가구 공간 내의 비효율적인 공간들을 빼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해요. 실제로 뉴욕에서는 고급 빌라, 아파트먼트 옆에 스토리지를 만들어요. 건물이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공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죠. 이처럼 스토리지 서비스가 공간을 더 밀도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어요.

 

다음 연구는 무엇이 될까요?

짐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고,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계속될 것 같아요. ‘짐을 비우고, 삶을 채우세요’라는 저희 회사의 사명처럼 짐을 비운만큼 삶이 채워지는 경험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짐과 공간, 물류와 모빌리티 기술 등과 같이 연결해서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어재혁 메이크스페이스 대표 ⓒBRIQUE Magazine

가격

의류는 한 벌당 2000원, 최소 5벌. 신발은 개당 2000원, 최소 3개.
짐은 크기와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다

이용방법

발렛 스토리지 서비스 
앱을 다운받아 회원가입과 서비스 신청을 한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오호맨이 물건을 수거해 도심케어센터에 입고한다. 보관된 물건은 마이클라우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호 스페이스 
예약 일자에 지점을 방문해 비치된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용료 결제 후 유닛 비밀번호 설정 및 출입을 위한 지문을 등록한다.

지점

강서점, 현대오일뱅크 구로점, 정자점, 강동점, 홍대점 등

 


[Near my home] 동네가 내 집이 된다면

글 싣는 순서 :

① 집 밖으로 나온 우리집 공간 ‘프로젝트 후암’
② 커피향 흐르는 해방촌 세탁방 – 세탁기와 커피가 함께 있는 카페 ‘론드리 프로젝트’
③ 쌓인 책은 줄이고, 없는 책은 빌리고 – 온라인 공유 도서관 ‘국민도서관 책꽂이’
누구나 창고는 필요하다 – 삶을 담는 그릇, ‘미니창고 다락’
⑤ 짐을 비우고 삶을 채우세요 –  짐에 대한 연구보고서 ‘오호’

누구나 주인이 되는 술집 – 매일 주인이 바뀌는 영등포 커뮤니티 바 ‘삼만항’
연남·연희 ‘플레이’ 리스트 – 동네의 숨은 콘텐츠를 찾아서, 어반플레이의 ‘쉐어빌리지’
⑧ 슬기로운 동네생활 – 직주근접 동네 생활자, 심영규 주식회사 정음 대표
⑨ 우리 동네에서 살아볼래요? – 블랭크가 만드는 공간, 동네, 지역
⑩ 오래된 동네를 밝히는 여덟 개의 풍경 –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거점시설
회현동 골목 어귀에 숨겨져 있는 동네 사랑방 – 여든다섯살 적산가옥의 새로운 쓰임 ‘회현사랑채’
서계동을 밝히는 색다른 시도 – 서울을 품은 마을카페 ‘청파언덕집’

 

‘오호’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3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brique.co/book/brique-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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