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택에 관한, 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지식들①

저렴하지 않다: 설계, 공간을 위한 출발점
ⓒMAGAZINE BRIQUE
글_MAGAZINE BRIQUE

 

대규모 빌딩과 공동 주택 사이에 자리잡은 소형 주택 ⓒMAGAZINE BRIQUE

 

일반적으로 우리는 소형주택은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형주택보다 작고, 땅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공간도 협소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일부분은 맞고 또 일부분은 틀리다.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손목시계와 자동차, 과연 어느 것이 비쌀까? 일반적인 경우 시계보다는 자동차가 더 비싸다. 하지만 ‘스위스 장인이 한땀한땀 손으로 만든 수제’ 손목시계와 자동차라면 선뜻 대답하기가 힘들어진다. 여기에 ‘스위스 장인이 한땀한땀 손으로 만든 수제’ 손목시계와 ‘잉글랜드 장인이 한땀한땀 만든 수제’ 자동차를 비교하라면 더더욱 복잡해진다.

 

‘스위스 장인이 한땀한땀 손으로 만든  수제’ 손목시계 ⓒGettyImagesBank

vs

‘잉글랜드 장인이 한땀한땀 만든 수제’ 자동차 ⓒGettyImagesBank

 

물론 모든 소형주택을 장인들이 한땀한땀 만들어서 예술적이면서도, 기능적이며, 역사학적이며, 사회가치적인, 창조물의 공간으로 만들 수는 없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상의 크기로만 가격이 정해진다면 고흐의 ‘해바라기’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100호가 넘는 크기의 유화보다 저렴해야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가격이란 물리적인 가치뿐 아니라 관념적인 가치도 고려돼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써놓은 이유는… 그렇다! 소형주택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충분히 넓은 공간에 필요한 각각의 기능적인 공간을 집어넣는 것과 한정적이며 좁은 공간에 필요한 각각의 기능적 공간을 집어넣는 것 중 어느 것이 어려울까? 역시 후자다.

예를 들어 주방을 머리 속에 떠올려보자. 언듯 보기에 비슷비슷한 주방이라는 공간도
① 냉장고가 들어갈 공간
② 냉장고 문이 열릴 공간
③ 싱크대가 들어갈 공간
④ 싱크대를 사이에 두고 지나갈 통로 공간
⑤ 식탁이 들어갈 공간
⑥ 의자가 들어갈 공간
⑦ 의자에 사람이 앉아있을 때 뒤쪽으로 다른 사람이 지나갈 공간
⑧ 조리대로 사용할 공간
⑨ 주방기구를 수납할 공간
⑩ 보온밥솥과 커피메이커, 전자레인지 또는 오븐 등을 올려놓을 공간

등이 필요하며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여기에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신장과 팔의 길이에 맞춰 싱크대의 높낮이, 수납 공간의 깊이, 높이 등도 고려돼야한다.

 

주택 설계를 위한 스케치 ⓒGettyImagesBank
주방은 주부들의 다양한 가사활동과 동선을 고려한 복합적인 기능설계가 반영돼 있다. ⓒGettyImagesBank

 

작은 공간이라고 꼭 필요한 기능적인 공간을 제외시킬 순 없다. 집이 좁다고 침실 또는 욕실을 집에서 제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꼭 있어야하는 기능적인 공간을 넣기 위해, 작은 집은 오히려 더 꼼꼼한 기획과 설계, 감리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스위스 수제 손목시계가 일반 자동차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은 작은 공간에 꼭 필요한 기능적인 기계식 장치를 장착하기 위한 수 많은 시도가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수 대를 걸쳐온 장인들의 시간과 땀의 댓가다. 굳이 이 가치에 투자할 필요를 못느낀다면 저렴하고 필수 기능을 갖춘 전자시계를 사용하면 된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대형 건설업체가 거주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살린 여러 형태의 소형 아파트를 표준화·규격화해 분양하거나, 중소 시행사가 작은 집으로만 이뤄진 타운하우스를 조성해 대량 공급한다면 모르겠지만, 대규모 투자와 회수를 고려하는 기업형 건축에서는 소형주택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삶의 질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는 이들은 저렴하거나 결코 간단하지 않지만 장인들(건축가)의 손을 빌어 직접 자신의 공간만들기에 나서는 것이다. 전자시계 대신 수제시계를 찾는 이유가 있고, 무시하기 힘든 가치의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취향과 선택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글 싣는 순서 : 소형주택에 관한, 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지식들

1. 저렴하지 않다: 설계, 공간을 위한 출발점
2. 걸리버들이 산다: 대형주택의 축소판이 아니다
3. 낯선 외관과 공간에 익숙해지기까지: 당신의 삶을 살 준비가 됐습니까?
4. 은퇴한 이들을 위한 주택: 쉐어하우스, 그리고 공간의 교집합
5. 시장은 변화할 것인가: 삶의 질을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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