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택에 관한, 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지식들④

은퇴한 이들을 위한 주택: 쉐어하우스, 그리고 공간의 교집합
Crane on the top of construction site. Top of skyscraper, Nairobi, Kenya.
글_MAGAZINE BRIQUE

 

인구구조의 변화로 대규모로 공동주거건축물을 짓는 신축공사 현장이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늘어만가는 1인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GettyImagesBank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작성한 <2030 건설시장 미래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건설시장에 불어닥칠 질적변화는 크게 3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①신축위주에서 유지보수 위주로 변화 ②신축시장 축소와 질적변화 ③운영시장의 본격 등장 등이다. 그 근거로는 ①30년 이상 노후 시설물(아파트·주택포함) 급증-전체 시설물의 30% 초과 전망 ②베이비부머 세대 주택 다운사이징 시작 ③주택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들고 있다.

2020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이들이 은퇴 이후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택에 대한 다운사이징을 최우선 순위로 둘 것이라는 관측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새로운’ 1인 가구의 등장이다. ‘새롭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가 주축을 이뤘던 1인가구의 의미가 점차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독신으로 지내는 연령의 분포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고, 이혼을 하거나 또는 사별한 인구까지 포함하는 매우 다양한 구조의 1인가구가 일반화되고 있다. 20~30대의 연령에 한정되지 않는 1인가구의 등장과 성장세는 새로운 주거 환경을 요구한다.

 

부동산의 교환가치가 줄고 실질적인 사용가치가 늘고 있는 추세다. ⓒMAGAZINE BRIQUE

 

덧붙여 집을 구입하고, 시간을 이율삼아 더 큰 집으로 확장해가는 기존 부동산 투자방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도 고민의 출발점이다. 사회에 첫 발을 딛어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월급으로 인근에 자신의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주거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해법은 없을까.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를 한 인구, 점차 증가하는 20~30대 1인가구,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 그리고 자녀의 출가 등으로 1~2인 가구가 된 50대 이상의 가구가 주목하는 주거환경은 꼭 큰 평형대가 아닐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이 시장가격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자금여력과 생활형태, 공간의 활용도 등을 기준으로 보면 새로운 쏠림현상도 예상된다.

주택문제에 있어 또하나 잘못 접근한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전원주택이란 개념이 아닐까싶다. 별장의 개념을 전원주택의 개념으로 치환하면서 은퇴 후 또는 일상생활 중에 이따금 내려가서 텃밭을 가꾸고, 휴식을 취하려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하는 집의 형태를 일컫는 말이 되어버렸는데,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별장이 맞다.

은퇴한 이들에게 전원주택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갑작스런 몸의 이상이 많이 발생하는 나이에 도심을 벗어난 전원에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때, 더욱이 만일 배우자도 없는 상황에 혼자 전원 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면 돌이키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 그렇지 않더라도 노부부가 하루종일 청소만 하거나 돌보지 않은 마당에 수북한 잡초에 둘러싸여 생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퇴 후 전원주택에서 생활하는 것은 여러가지 위험요소가 따른다. ⓒGettyImagesBank

 

그렇다고 실버타운이 맞는 해법일까? 인구의 고령화를 겪고 있는 해외 여러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그간 이뤄졌던 여러 시도도 효과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실버타운에서는 내 옆 집에 함께 생활하던 이웃들이 고인이 되는 것을 계속 보게 된다는 점이다.

은퇴한 이들을 위한 주택이라는 제목에 쉐어하우스Share House를 부제로 붙여놓은 것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쉐어하우스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고 공간에 대한 고민을 새롭게 해보자라는 의미다.

거동이 점차 불편해지는 은퇴인구가 부동산 자산을 은퇴자금으로 활용하며 주거환경의 변화를 맞이할 때 가장 필요한 요소가 무엇일까. 건강상 위기상황도 대응하고 외로움도 줄일 수 있으려면 적어도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하고, 관계를 맺으며, 심리적·물리적 변화를 서로 인지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 필수적이다. 셰어하우스Share House라는 개념보다 어쩌면 셰어스페이스Share Space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1인가구들이 따로 또같이 살 수 있는 주거공간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GettyImagesBank

 

수면과 세면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하더라도, 식사를 위한 주방과 거실 그리고 취미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환경이 어쩌면 젊은 층보다는 노년 층에 더 필요한 상황이다. 거동이 점차 힘들어질 때를 대비해 휠체어가 걸리지 않도록 문턱을 없애고, 자동문이나 미닫이문을 배치하며, 어지럼증으로 쓰러질 때 버팀목이 될 손잡이 기둥이 있고,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없는 공간 구성이 요구된다. 외부에서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창문을 바닥면까지 내릴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사물인터넷으로 병원과 핫라인으로 연결되는 솔루션들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앞으로 살아가야할 공간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글 싣는 순서 : 소형주택에 관한, 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지식들

1. 저렴하지 않다: 설계, 공간을 위한 출발점
2. 걸리버들이 산다: 대형주택의 축소판이 아니다
3. 낯선 외관과 공간에 익숙해지기까지: 당신의 삶을 살 준비가 됐습니까?
4. 은퇴한 이들을 위한 주택: 쉐어하우스, 그리고 공간의 교집합
5. 시장은 변화할 것인가: 삶의 질을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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